교회오빠?
아내는 강연에서 종종 내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진지한 이야기보다 그런 사소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재미있기는 하다.
내가 아내에게 어떤 느낌으로 비치는지는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키 작은 교회 오빠 정도 아닐까 싶다.
실제 교회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내 정체성의 상당 부분이 교회에서 만들어졌으니 딱히 틀리지 않을 거다.
그러다 문득. 이게 과연 좋은 것인가 싶다.
요즘 들어 '교회 오빠'라는 단어가 상당히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예전에는 '교회 오빠'가 조금 수줍고 착한, 약간 너드 한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순하고, 성실하고, 어딘가 세상 물정에 어두운 듯한 그런 이미지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교회 오빠'라는 단어가 뜨면 먼저 한 번 의심부터 하게 된다.
'할렐루야를 외치며 한밤중 플래시 들고 법원 담 넘을 것'같은 그런 이미지 아닐까?
어쨌든 아내가 내 이야기를 강연에서 한다는 사실만큼은 여전히 흥미롭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나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다른 분들에게 전해지고 있을까?
내가 아는 나와 아내가 아는 나, 사람들이 접하는 나는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그녀의 이야기에 의해 나는 나와 다른 어떤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는 걸까?
뭐가 되었든 이 세계에서 나는 '미묘의 남편 오묘'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거면 충분하다.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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